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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과동정

제목
이제선 교수 <경향신문,'09.1.30, 4면> (작성 2009.01.30)
작성일
2009.06.23
작성자
관리자
게시글 내용
[릴레이 기고](6) 이제선 연세대 교수 - 공공성이 실종된 재개발 난맥
ㆍ뉴타운, 언제든 ‘제2 용산’ 소지

우리나라는 1976년 ‘도시재개발법’이 제정된 이래 지난 30여년 동안 재개발사업이 추진돼왔다. 그동안 재개발사업은 도시계획 사업의 일환으로 추진되는 공익성이 강한 사업임에도 공공의 역할 부재 및 사업의 방치, 민간의 지나친 사업성 위주의 재개발로 도시환경의 질을 떨어뜨리고 서민들의 주거불안을 심화시키는 등 재개발의 공공성을 확보하지 못했다. 노후화된 지역내 주민들의 공공복리를 증진하고 삶의 질을 개선하기 위해 시작된 재개발사업이 양적공급에 치중한 나머지, 지구내 주민들의 삶과 사회적 연계가 무시되거나 깨어진 것이다.

용산 참사는 도시환경정비사업에서 일어난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이것은 현재도 추진되고있는 주택재개발사업, 주택재건축사업, 주거환경정비사업, 도시재정비촉진사업과 같은 재개발사업에서 언제든지 다시 불거져 나올 문제이다. 특히 현재 서울시에서만 추진되고 있는 35개 도시재정비촉진사업, 일명 뉴타운사업이 현재와 같이 밀어붙이기식으로 추진된다면 향후 2~3년 안에 용산 참사와 같은 일들이 재발할 수 있는 개연성은 매우 높다.

국내에서는 도시정비사업, 뉴타운사업이라는 이름으로 지방자치단체의 재개발사업들이 전개되고 있으나 사업 시행에서 새로운 문제점들만 나타나고 있다. 용산 참사와 같은 일들이 더 이상 일어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 개선해야 할 것이 많다.

첫째는 재개발사업의 목적성을 명확히 해야 한다. 재개발사업의 경우 노후된 지역의 물리적 환경 개선에만 치중한 나머지 사업지구 내에 거주하고 있는 사람들의 사회적·경제적·환경적 개선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재개발사업은 지역내 주민들을 위한 사업이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관련법들이 개정되어야 한다.

둘째는 주민 참여 기회를 늘려야 한다. 재개발사업이 조합이라는 주민대표기구를 통해 추진되고 있다. 하지만 주민들의 의견이 조합에 충분히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 이로 인해 사업과정에서 주민들간 마찰과 참여 부재가 발생하고, 심지어 용산 참사를 초래한 것과 같은 심각한 갈등을 빚는다.

셋째는 원주민의 재정착을 높이는 방안을 수립해야 할 것이다. 재개발사업에서 중대형 평형만 공급하면 원주민들이 재정착할 수 있는 소형주택과 임대주택이 절대적으로 부족해진다. 따라서 임대주택과 소형주택 건설 의무비율을 높이고 부분임대형 주택 건설도 세입자 비율을 감안하여 의무화해야 한다. 임대료 차등화 등의 정책 수립과 원주민 재정착시 세제 및 권리가액 보정 등의 혜택도 부여해야 할 것이다.

넷째는 주거선택권 및 주택안정화 대책이 필요하다. 중·대형 주택과 아파트 일변도의 공급은 경제능력에 따라 다양한 주거환경을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박탈한다. 동시다발적인 재개발사업은 주택수급 불균형을 부르고, 소형주택품귀현상을 빚으며, 소형 집값 상승을 초래해 저소득층의 주거난을 가중시킨다. 따라서 재개발사업을 통해 고층아파트만 공급할 것이 아니라 다가구주택 등 다양한 주택유형을 도입해야 한다. 또한 재개발 추진에 따른 소형주택의 멸실과 공급 과정을 체계적으로 분석하여 철거민과 같은 저소득층의 주택 안정화를 도모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공공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지금은 재개발사업의 시행주체들이 공동으로 기반시설을 확충하거나 비용을 부담하는 행정적·제도적 장치가 미비한 실정이다. 공공은 기반시설 투자를 재개발사업에서 이익을 얻어하려는 기조가 만연해 있다. 공공의 자금을 재개발사업 관련 초기자금으로 활용하거나 기반시설 확충에 필요한 자금을 재개발기금에서 지원하여 주민 부담을 최소화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새로운 금융기법을 도입하여 사업추진 주민조직에 다각적으로 자금을 지원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