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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과동정

제목
이제선 교수 <한계레신문, 09.3.26> (작성 2009.03.27)
작성일
2009.06.23
작성자
관리자
게시글 내용
[기고] ‘근시안’ 정부대책, 또 다른 불씨 우려

지난 1월의 ‘용산 참사’는 곪을 대로 곪아 온 재건축·재개발을 둘러싼 문제가 폭발한 것이다. 그동안 우리나라의 도시정비사업은 ‘낡은 주거지 정비’라는 애초 목적에서 벗어나 ‘부동산 개발’을 위한 수단으로 전락돼 온 게 사실이다. 정부는 지난 2월10일 용산 참사로 드러난 도시정비사업의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도시정비제도 개선 대책’을 내놨다. 그러나 정부 대책은 재개발 과정에서 드러난 이주·철거라는 단편적인 문제점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도시정비사업 전반의 근본 문제에 대한 대책으로는 부족하다.

눈에 띄는 대책은 도시정비사업 분쟁조정을 위한 분쟁조정위원회 설치다. 위원회가 설치되면 재개발 사업으로 인해 발생하는 많은 분쟁을 파악할 수 있고, 제반 문제점들을 해결하는 대안들을 도출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위원회에 조정 결과를 집행할 수 있는 실제적 권한이 없으면 조정 내용에 불만을 품은 반대자가 또 다시 분쟁을 일으킬 수 있다. 결국 위원회는 형식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

조합 운영의 투명성 강화 방안도 미흡하다. 투명하지 않았던 조합의 사업 진행이 공개돼야 하며 조합장 등 소수 인원에게 막강한 권한이 부여되는 현행 조합의 구조적 한계 또한 개선돼야 한다. 또 조합의 투명하고 합리적인 운영 및 균형 잡힌 사업추진이 가능하도록 외부감사제 도입이 필요하다. 그러나 정부 대책에는 조합의 투명성을 강화할 수 있는 구체안이 빠져 있다.

마지막으로 세입자 보상금을 건물주가 일부 부담하도록 하는 정부 방안에는 부작용도 예상된다. 이를 통해 도시정비사업에서 보상비를 노려 위장 전입하는 세력들을 줄일 수 있겠지만, 부담이 늘어난 건물주의 반발로 도시정비사업이 더욱 위축될 수 있다. 또 가옥주가 보상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도시정비 직전에 세입자를 강제로 내쫓거나 재계약을 거부하는 등의 부작용이 나타날 수도 있다.


이제선/연세대 도시공학과 교수